이것저것

경비원 갑질 자살 사건

휴엔하임SG 2020. 12. 9. 15:25
728x90

경비원 갑질 자살 사건

 *몇 달 전 작성했던 글을 재업로드함.

 

https://news.nate.com/view/20200513n36844

 

"딸 때문에 못 그만둬요" 고개 숙였던 경비원…유서에 "사랑해"

“○○아 사랑해.”아파트 주민에게 지속적인 폭언·폭행을 당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유서에 남긴 말이다. 주민의 갑질에 심적 고통을 호소했던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두 딸을 먼

news.nate.com

 

 

 내가 지금껏 살아오며 배워온 세상은 직업엔 귀천이 없고 사람의 무게는 분명 공평한 곳이었는데, 어찌 된 게 그런 세상은 하루하루 단순히 이상적인 유토피아 정도로 변해가는 것 같다.

 남을 무시하지 말라고 배웠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어떤 상황이든 나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에겐 내 이권을 휘두르지 말라고 배웠다. 특정한 부분들에서 나보다 약한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못난 사람은 없다고 배웠다. 세상엔 잘 먹고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분명 있다고 배웠다.

 "'그만두지 않으면 파묻어버리겠다'라고 협박하는 갑질 주민에게 '제 새끼들과 먹고살아야 해서 못 그만둡니다'라며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경비원분은 무엇 때문에 사과를 해야 했을까? 잘못된 사람은 큰소리를 내며 당당히 악행을 저지르고, 올바른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며 하지 않은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해야 했다.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전혀 없는 사과의 말을 내뱉으며 그분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본인의 자존심과 자존감이 쫓겨난 자리에 아끼는 가족들을 채워 넣으며 버티셨을 그분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의 문제다. 스스로를 희생하며 행해지는 배려나 성인군자 같은 이해심을 강요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 본인이 받고 싶은 만큼의 존중은 타인에게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 내가 받는 존중을 상대방이 받지 못할 이유는 없기에. 부의 격차, 직업의 차이 혹은 갑과 을이라는 글자 속 입장의 차이를 떠나 존중받았다면 존중해야 한다는 게 내가 배워온 도덕이고 상식이다.

 상식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라 나의 당연함이 상대방에게도 적용되진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존중하고 또 인정하려고 늘 노력하지만, 사람의 무게를 저울질하고 그에 맞춰 부여한 가치에 따라 타인에게 최소한의 존중조차 보이지 않는 게 상식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가치관은 분명 잘못됐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