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오베라는 남자-2

휴엔하임SG 2020. 11. 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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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남은 평생 동안 누군가 맨발로 그의 가슴속을 뛰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될 그녀의 웃는 모습도 볼 일이 없었으리라."

 

 "그녀는 음악이나 책이나 이상한 단어 같은 추상적인 것들을 사랑했다."

 "그녀는 웃기 좋아했고,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나건 간에 그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갖는 사람이었다."

 "오베는 손에 쥘 수 있는 것들로만 채워진 남자였다. 그는 드라이버와 기름 여과기를 좋아했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인생을 살아갔다. 그녀는 춤을 췄다."

 마치 신이 오베와 정반대의 사람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을때 나타난것 같은 사람. 소냐.

 "오베는 그녀를 만나기 전 어떻게 살아왔느냐는 질문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물어봤다면, 그는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고 대답했으리라."

 "오베는 자기가 남은 일생 동안 그녀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그녀의 입으로 듣길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침내 그녀가 꽃무늬가 그려진 긴 스커트를 입고, 오베로 하여금 자기 몸의 무게 중심을 오른발에서 왼발로 움직이게 할 정도로 새빨간 카디건 차림으로 나타났을 때, 오베는 시간 약속을 못 지키는 그녀의 무능함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베가 사랑한 소냐. 그녀는 세상 무엇도 흔들수 없을것만 같았던 오베를 흔들었고, 그 누구 앞에서도 꼿꼿한 고집불통의 남자를 사랑에 빠진 한명의 청년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그녀는 그의 품에 파고들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베에게 소냐는 그가 받아들인 첫 곡선이자 겪어본적 없는 감정이었고, 마침내 살아있는 세상이었다.

 "'지금보다 두 배 더 날 사랑해줘야 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오베는 두 번째로-또한 마지막으로-거짓말을 했다. 그는 그러겠다고 했다. 그가 지금껏 그녀를 사랑했던 것보다 더 그녀를 사랑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음에도."

 "아마 그는 그녀에게 시도 써주지 않을 테고 사랑의 세레나데도 부르지 않을 것이며 비싼 선물을 들고 집에 찾아오지도 않을 테다. 하지만 다른 어떤 소년도 그녀가 말하는 동안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게 좋다는 이유로 매일 몇 시간 동안 다른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수있는 최대치만큼 소냐를 사랑한 오베. 그는 분명 특이하지만 곧고 진실된 그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우린 사느라 바쁠 수도 있고 죽느라 바쁠 수도 있어요, 오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그러고 나서 그녀는 더는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세상에 그를 혼자 남겨두고 떠났다."

 "그녀는 일요일에 매장되었다. 그는 월요일에 출근했다."

 그런 그녀의 죽음은 한번 색깔이 입혀졌던 오베의 무채색 세상을 이전보다 더 짙은 검은색으로 덧칠했다. 그는 여전히 반복되는 일상 속 본인의 몫을 책임졌다. 그의 시련과 그의 책임은 별개의 문제라는걸 아는 삶을 살아온 남자이기에.

 "'당신이 집에 없으니까 되는 게 하나도 없어.'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베가 꽃다발을 만지작 거렸다. '피곤해. 당신이 떠나 있으니까 집 안이 하루 종일 썰렁해.' 그녀는 그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커다랗고 둥근 바위에 조심스레 손을 얹고, 마치 그녀의 볼을 만지듯 좌우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보고싶어.' 그가 속삭였다."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봐."

 언제나 짜증과 화라는 감정만으로 살아가는 오베가 연약한 감정을 드러내며 소냐를 그리워하는 모든 순간들은, 몇번을 다시 읽더라도 같이 가슴이 먹먹해져 머릿속으로 위로를 건내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 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 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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